2장
아지르의 문들 넘어(Beyond the Gates of Azyr)
별빛신전기사단의 로드 셀레스턴트 제파클리스는 눈을 감고 앉은 채, 지그마라불룸의 큰 단을 타고 흐르는 에테르돔 위로 격렬하게 몰아치는 폭풍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쓰러진 사람들의 영혼이 리포징되는 과정은 천둥과 번개를 동반했고, 그것은 곧 고통의 비명이리라.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대가라도 치르리라. 그는 음울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그가 눈을 뜨고 머리를 젖힘에, 부서진 세상의 빛이 그의 일그러진 몰골을 씻어내었다. 제파클리스는 가공된 고리 위 하늘에 걸려 있는 거대한 구를 올려다보았다. 그것은 한때 존재했던 세계(world-that-had-been)의 조각에 불과했지만, 허나 여전히 그 철심(iron core)은 달만큼 거대했다. 그것은 기이한 빛으로 빛났고, 광대한 대장간, 실험실, 무기고, 영혼 제분소를 가로질러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것은 그 나름대로 아름답다고, 제파클리스는 생각했다. 그렇더라도 그는 다른 장소에 있기를 바랐다. 그의 스톰캐스트 형제들은 파멸의 힘의 하수인을 물리치기 위해 모탈렐름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그러나 기란을 공격하기 위해 선택된 스톰호스트들 중, 별빛신전기사단은 예비병력으로 묶여 있었다. 허나 곧 그들은 지그마의 명령을 받아 파멸의 힘과 그들을 따르는 모든 뒤틀린 추종자들에게 복수의 일격을 가할 것이다.
제파클리스는 그리하기를 고대했다. 그는 전쟁의 맛을 즐겼고, 전투의 소음을 갈망했다. 그것은 지그마가 그를 아지르로 데려오기 전, 재가 되어 잠들어 있던 옛 기억을 휘저어 일깨워 주었다. 그들은 모두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강인한 반두스 해머핸드에서부터, 신성기사단의 조용한 로드 셀레스턴트 가르두스에 이르기까지.
가르두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강철의 영혼은 그들 중 최고였다. 그의 임무에 대한 헌신은 아마도 이오누스 크립트본(Ionus Cryptborn)을 제외한다면 어떠한 스톰캐스트도 따를 수 없을 것이었다. 그는 지그마가 그를 보내기로 선택한 모든 곳에서 그에게 영광이 있기를 빌었다.
가르두스는 아크쉬 공격에서 제외되었고, 그의 실망은 컸다. 신성기사단은 아직 피를 흘리지 않았다. 그들의 워리어챔버가 비취왕국 공격에 참여하도록 선택되었을 때, 제파클리스는 가르두스의 눈에서 불확실함을 보았다. 마치 그와 그의 부하들이 지그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처럼.
그 불확실성은 자신이 전투의 첫 맛을 보기 전에 느꼈던 것이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되던 날, 지그마론에 흘렀던 침묵의 순간을 기억했다. 매일같이 가동되던 거대한 대장간과 제분소들이 모든 노동을 중단했기에, 직물 따위가 바스락거리는 일상적인 소음만이 남아 있었다. 그 순간 그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오랫동안 갈망하고 희망하던 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서, 그 음울한 침묵 속으로, 소리가 들려왔다. 고독한 종소리가 울렸다. 그 애절하고도 영혼을 아프게 하는 소리는 모든 대로와 모든 막사와 지하감옥을 통과해, 천상의 도시에 있는 모든 이의 긴장된 귀에 도달했다. 그 비통한 종소리는 마침내 그것이 침묵으로 사라지기 전까지 거대한 기둥 구조물 하나하나에 메아리쳐 빈 광장을 가득 메우며 부풀어 올랐다.
이윽고 아지르의 문이 열리고 전쟁이 시작됨을 알리는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지그마의 망치단이 이그네우스 삼각주(Igneous Delta)를 점령한 후 브림스톤 반도(Brimstone Peninsula) 공격에서 제파클리스는 처음으로 진정한 싸움 - 글레디토리움이나 아지르하임 야생에서 사냥을 하는 것이 아닌 - 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천성을 찾았다.
제파클리스는 지그마라이트 장갑을 낀 양손을 구부렸다. 그는 그의 형제들의 스톰호스트 곁에서 망치와 검으로 혼돈에 비틀린 악퀴시안 부족민들과 육중한 코르고라스들을 베어냈다. 그와 그의 워리어챔버는 셀레스틴 금고로 돌아가 회복하기 전까지에 브림스톤 반도를 가로질러 싸웠다. 그곳에서 제파클라스는 스톰호스트의 다른 챔버 지도자들과 함께 전쟁 회의에 참석했고, 어떻게 혼돈의 역겨운 존재들이 수많은 렐름게이트를 뒤틀리게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의 동료들은 불의 다리 위에서, 타오르는 지각이 있는 화염과 아치길에서부터, 기란의 다섯 문으로 뿜어져 나가는 전염병 개울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그것은 마치 현실 그 자체가 공격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파멸의 힘은 모탈렐름을 향해 전쟁을 일으켰다.
제파클리스에게 이 모든 것은 단지 지그마가 스톰호스트를 전투에 투입한 것이 옳았다는 증거에 불과했다. 전투는 점점 커졌고, 최후에는 승리 혹은 죽음뿐이리라.
‘그렇게 되겠지.’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스톰캐스트는 전쟁을 위해 만들어졌고, 아지르 문들 저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든 것을 상대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의 목소리 소리는 그의 앞에 펼쳐진 광대함에 삼켜졌다. 별들은 소용돌이치는 성운과 반짝이는 은하 코로나들의 소용돌이치는 가장자리를 빙빙 돌고 있었다 – 그것은 색과 빛의 바다였지만, 으스스할 정도로 조용하고 불가해한 무한대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는 가르두스가 지그마라블룸(Sigmarabulum)의 벼랑과 그 너머에 있는 것들에 매료된 것을 진정으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그 광경이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는 웃었다. 위로, 그리고 활기를 북돋아 주지. 천상의 캔버스에 짜여 그의 눈을 위해 놓인 존재의 총체성이 여기에 있었다. 싸늘하고도 광포한 아름다움 - 별들은 인간들처럼 살고 싸우고 죽었다. 어둠을 이겨내며 찰나의 순간동안 깜박이는 불빛, 곧 잊히며, 영원히 대체될.
그리고 그것이 스톰캐스트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면, 과연 다른 무엇일 수 있을까.
아니, 제파클리스.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절대로, 그의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우르릉거렸다. 그것은 따뜻한 목소리였지만 여름 폭풍처럼 강력했다. 제파클리스는 자신이 그것의 무게에 굴복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군 – 때가 된 겁니까?’ 그는 자신의 목소리에서 애써 열의를 감추며 물었다. 그것은 무의미한 질문이었다.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면, 지그마는 그와 대화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희가 다시 한번 전투에 투입되는 겁니까?’
그래, 제파클리스. 별빛신전기사단이 필요하다.
지그마의 목소리가 종소리처럼 그의 두개골에 울려 퍼지면서 골수까지 흔들었다. 신왕은 천상의 목소리로 말했고, 그의 말 속에는 혜성의 고함, 성운의 웅성거림, 그리고 별들 사이에 있는 검은 울림이 끝없이 울려 퍼졌다.
‘어디입니까? 주군, 녹색빈터(Greenglades)? 가지들의 도시(The City of Brnaches)?’ 그는 자신의 형제 스톰캐스트들 중 어느 쪽이 원조를 필요로 하는지 궁금했다. 지그마가 비취왕국 어디에 그의 벼락을 던질까? 그것이 어디든, 꽤 시간이 흘렀다고 제파클리스는 생각했다. 그는 조용한 사색에 질려 있었다. 이제 그는 싸우고 싶었다.
기르트렉트 소택지(The Ghyrtract Fen)다. 신성기사단이 강대한 적을 마주했다.
한 장의 이미지가 제파클리스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는 뭔가 크고 더러운 것에 맞서고 있는 빛나는 갑옷의 형상들이 보였고, 싸늘한 죽음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것은 단순한 괴물이나 대전사가 아닌, 타락한 신의 힘에 의해 부풀어 오른 그 무엇이었다. 그것은 모든 스톰캐스트를 - 그것이 로드 셀레스턴트이던, 아니던 간에 - 압도하는 생명체였다.
‘제가 가겠습니다, 주군. 별빛신전기사단은 당신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파클리스는 몸을 밀어붙이며 말했다. 그는 갑옷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일어섰다. 그는 겨드랑이 아래 투구을 끼고, 손에 망치를 들고, 지그마론의 웅장한 홀을 향해 돌아섰다. 그는 허공에서 죽음의 냄새를 맡았지만, 그것의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조금만 버티게 친구여.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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