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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 오브 지그마/에오지 설정

에이지 오브 지그마: 지금까지의 이야기 - 1

by 오거맨 2025. 4. 20.

필멸의 영역은 완전히 유린당했다. 혼돈의 신들을 섬기는 자들에 의해 황폐해진 세계는, 이제 완전한 멸망의 벼랑 끝에 서 있다.

지금 지그마의 요새 도시들은 어둠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마지막 빛의 섬과 같다. 끊임없는 포위 속에서 그 성벽은 광기에 사로잡힌 무리들과 기괴한 괴수들의 맹공을 견뎌낸다. 성문 밖에는 수많은 선량한 자들의 백골이 산처럼 쌓여 있다. 질서의 보루는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위협받고 있다. 혼돈의 유혹은 힘을 약속하며 시민들의 마음을 흔들고, 그들의 영혼을 타락의 길로 이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서의 용사들은 결코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여명이 밝아오면, 성전의 종이 울리고 새로운 원정대가 길을 떠난다. 폭풍의 힘으로 벼려진 기사들은 강인한 민병대, 묵묵한 듀아딘, 날렵한 엘프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행진한다. 전쟁의 장엄함으로 무장한 여명인도자 성전군은 새로운 문명을 세우기 위해 황무지로 향한다. 그들은 희망의 불씨를 손에 쥐고, 지옥 같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야생의 땅에서 강인한 개척민들은 무너져가는 세계에 다시 질서를 세우려 한다. 그들의 눈은 마치 유령처럼 공허하지만, 폭군 같은 약탈자들을 경계하며 고대 제국의 폐허 위에 삶을 일군다. 저주받은 땅과 얼어붙은 바다에서 가까스로 생존을 이어가며, 이들의 용기로 필멸의 영역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노리는 공포는 수천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식인을 일삼는 야만인들과 광기에 사로잡힌 살인자들이 어둠 속에서 기어나오고, 해골이 수북이 쌓인 성채에서는 검은 철갑을 두른 군세가 행진한다. 파괴의 무자비한 무리는 국경 도시들을 무너뜨리고, 돌 위에 돌 하나 남기지 않는다. 죽은 자들은 깊은 밤, 포효하며 달려들어 산 자의 피로 굶주림을 달래려 한다.

이런 적들 앞에서 맞설 수 있는 건 오직 ‘용기’뿐이다. 그것은 가장 강한 방패이자 가장 예리한 무기다. 지그마의 선택을 받은 자들에게 용기는 결코 부족하지 않지만, 그들조차 언제나 이기는 것은 아니다. 설령 승리를 거두더라도, 매 전투는 그들의 영혼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지금은 혼란의 시대요, 전쟁의 시대니..

지금이 바로 지그마의 시대다.

공허를 떠도는 존재했었던 세계의 핵 '말루스'

머나먼 과거 존재했었던 세상은 필멸자들의 사악한 사념에서 태어난, 이계의 존재 '카오스'의 침공으로 완전히 멸망해버렸다. 최후의 시간 수많은 영웅들과 화신들이 파멸을 막아내기 위해 맞서 싸웠으나, 서로 다른 목적을 품은 채로는 끝없이 이어지는 적들의 공격을 모두 막아낼 수는 없었다. 파괴된 세계의 잔해에 매달려, 인간이자 인간의 신 지그마는 공허를 떠돌았고 후회와 자괴감에 사로잡혀 영겁에 가까운 시간 끝에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 부를 수 있다고 했던가. 카오스의 힘에 무자비하게 파괴된 세상의 잔해는 지그마가 다른 우주를 떠도는 동안, 태초에 그랬던 것처럼 강력한 마법의 힘으로 융합되어 새로운 세계로 다시 태어났다. 죽어가던 지그마는 쌍꼬리 혜성을 보고 찾아온 천상룡 드라코시온에게 구조되어 새로운 세계-필멸의 영역-에 도착했고, 익숙하지만 다른 이 세계에서 자신의 실패를 만회하기로 결심했다.

태고의 세계는 잔혹했고, 온갖 끔찍하고 기괴한 신수와 사악한 고대신들이 필멸자들을 착취하며 군림하고 있었다. 지그마는 원시 상태의 인간들을 규합하고, 문명을 전파했으며, 사악한 존재들에 맞서 싸우는 와중 고향의 흔적을 발견하여 자신을 제외한 생존자가 좀 더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다. 존재했었던 세계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여덟 렐름은 기묘한 자연 법칙과 독특한 풍경을 지니고 있었고, 그 광대함은 끝을 알 수 없어 지그마의 여정은 오랜 시간이 소모되었다.

지그마는 죽음의 세계 지하 밑바닥에서 봉인되어 신음하던 전생의 원수 나가쉬를 구출하였으며, 금속의 영역 철산 꼭대기에 매달려 있었던 그룽니와 그림니르 두 형제 듀아딘 신을 해방하였다. 세월의 떡갈나무 속에서 잠들어 있었던 생명의 여신 알라리엘을 깨웠고, 호박석에 사로잡혀 꼼짝 못하던 고카모카와의 전설적인 결투 끝에 친구가 되었다. 빛과 어둠의 세계를 탐험하던 티리온과 말레리온 두 신은 지그마의 도움으로 마침내 엘프 생존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지그마는 여러 신들과 힘을 합쳐 문명을 재건했고, 필멸자들에게 적대적인 세계 그 자체를 좀 더 살기 좋은 낙원으로 재구성했다. 필멸의 영역은 빛나도록 번영했고, 그 화려함은 마치 전설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경이로움을 낳았지만, 동시에 카오스 신들의 시선을 이끌었다. 혼돈의 힘은 문명의 어두운 그림자속에서 필멸자들의 가장 깊은 마음 구성에 숨겨진 욕망을 먹이로 삼아 조금씩, 조금씩 질서 그 자체를 침식하며 세를 불려나갔다.

앙그라스를 격퇴하는 지그마

그러나, 만신전은 카오스의 침공을 막아낼 수 있었다. 처음부터 카오스의 침공을 예견한 지그마는 혼돈의 침식을 막아내기 위해 대비하고 있었고, 질서의 만신전은 아직 미약한 카오스의 영향력으로 무너뜨릴 수 없었다. 그렇기에, 카오스 신들은 만신전의 균열을 유도하는 한편 분열된 혼돈의 군세를 규합할 대리인을 선택했다. 세 눈의 왕 아카온이 오랜 은둔 끝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지그마는 다시금 최악의 숙적에 맞서 싸워야만 했다.

지그마의 초월적인 무력으로도 시시각각 문명의 숨통을 죄는 아카온의 손아귀를 풀어낼 수는 없었다. 한번의 승리 뒤에는 수십, 수백의 패배가 따라붙었고, 혼돈의 공작으로 분열된 만신전은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필멸자들은 그 자체의 모순으로 타락해 더 큰 혼란을 불러 일으켰고, 자신의 가장 어두운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혹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카오스 신에게 투신하는 필멸자의 숫자는 더 이상 셀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필멸의 영역의 운명을 결정짓는 전투는 모든 영역을 연결하는 일종의 '중간 세계'인 올 포인트를 두고 벌어졌고, 전 렐름에서 긁어 모은 질서 최후의 연합군은 아카온의 계략과 지그마의 실수 끝에 패퇴하며 마지막 저항이 꺾여버렸다. 이제 신들은 각자의 생존을 위해 움직였고, 지그마 또한 최후의 희망을 보존하기 위해 자신의 백성들을 버리고 후퇴해야만 했다. 모든 영역이 압제자들의 군홧발에 짓밟히는 가운데 천상의 영역 아지르는 굳게 봉인되었고, 그렇게 혼돈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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